왜 쟤는 담을 쌓는데 나는 허물까
바람과 물방울 기억나?
오늘은 그 다음 이야기야.
하늘에 두 신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하늘에 두 신이 살았다.
하나는 매일 담을 쌓았다.
돌을 올리고, 흙을 바르고, 높이 높이.
하나는 매일 그 담을 허물었다.
발로 차고, 손으로 밀고, 흔적도 없이.
하느님이 봤다.
더 봤다.
그리고 둘 다 땅으로 던졌다.
자기들이 뭘 하는지 직접 느껴보라고.
그 두 신이 지금 여기 살고 있다.
담을 쌓는 사람
새 자취방에 이사 간 날을 생각해봐.
뭐부터 했어?
커튼 달았다.
조명 바꿨다.
이불 깔고, 향초 켜고, 좋아하는 머그잔 꺼냈다.
텅 비어 있던 공간에 나를 집어넣었다.
그게 다 담이야.
눈에 안 보이는 담.
연애도 같아.
"우리 이날 기념일 하자."
"우리 이 노래 우리 노래로 하자."
"우리 매주 이 카페 오자."
벽돌 하나.
벽돌 둘.
벽돌 셋.
쌓고 또 쌓는다.
안에서부터, 자기 몸이 중심이 되어서.
담을 허무는 사람
산책하다가 담장을 봤다.
저쪽이 궁금해졌다.
넘었다.
별거 없었다.
다음 담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남자다.
벽을 만나면 넘고 싶고,
울타리를 만나면 빠져나가고 싶다.
"매주 만나야 해?"
"기념일이 왜 이렇게 많아?"
"이 카페 말고 딴 데 가면 안 돼?"
쌓아놓은 담이 숨을 막는다.
허무는 게 본능이다.
싸움은 여기서 시작된다
쌓는 사람은 본다.
내가 올린 벽돌이 하나씩 빠져나간다.
손이 굳는다.
입술이 당겨진다.
"왜 자꾸 부숴."
허무는 사람은 본다.
사방이 벽이다.
숨이 얕아진다.
어깨가 올라간다.
"왜 자꾸 쌓아."
틀린 사람이 없다.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근데 이걸 모르면 "쟤가 나를 안 사랑하나?"가 된다.
반전이 있어
쌓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
갇힌다.
허물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
집이 없다.
쌓는 사람은 허무는 사람이 있어야 환기가 되고,
허무는 사람은 쌓는 사람이 있어야 쉴 곳이 생긴다.
짜증나는데 끌린다.
이해 안 되는데 필요하다.
그게 연애지 뭐.
너는 어느 쪽이야?
관계에서 뭔가를 자꾸 만들려고 하는 쪽?
아니면 만들어진 걸 자꾸 흔드는 쪽?
둘 다일 수도 있어.
누구나 반은 바람이고 반은 물방울이니까.
다만 비율이 다르다.
그 비율이 너의 연애 패턴이다.
이 글은 소공자님이 쓴 책 「날으는 새가 땅에서 쉰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담을 쌓는 쪽인지, 허무는 쪽인지.
궁금하면 확인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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